고지의무 위반 후 3년 또는 5년이 지나면… ④ 고지의무 위반과 사기

지난 글에서는 고지의무 위반시 적용될 수 있는 민법, 상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적용되었을때의 효과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민법과 상법의 조항이 중첩 적용될 수 있어 가입자에게 가장 큰 불이익이 주어지는 사기에 의한 고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민법형법에서의 사기에 대한 규정이 보험 계약의 유지 및 보험금 지급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사기고의로 사실을 속여서 사람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란 표의자(의사표시를 하는 사람)가 타인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착오에 빠지고 그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한 의사표시를 말합니다.

즉,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기를 행하는 주체에게

  • 표의자를 기망하여 착오에 빠지게 하려는 고의
  • 표의자로 하여금 그 착오에 기하여 의사표시를 하게 하려는 고의

이 두가지의 고의가 모두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자 혹은 피보험자(사기를 행하는 주체)가 보험자(표의자)가 계약 체결 당시 알았다면 인수를 거절하거나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인수를 하지 않았으리라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중요한 사항

  1.  고의 로 숨기고 청약(계약 체결을 요청)을 하였고 →  표의자를 기망 
  2. 이러한 행위가 보험사가 인수 거절 혹은 부담보 인수 등을 하지 않도록  착오에 빠뜨리려는 의도 가 있었음이 명백하며 →  표의자가 착오에 기하여 의사표시를 하게 하려는 고의 
  3. 보험사가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알지 못한  착오에 빠진 상태 로 청약에 대하여 승낙의  의사표시 를 했다면

이는 민법상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 체결된 계약에 해당된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민법 제110조 제1항에 따라 취소가 가능하며, 이 취소권은 민법 제146조의 규정에 따라 계약체결일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할 수 있습니다.

즉, 엄밀히 따지자면 고의에 의한 고지의무 위반도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하며, 상법 제651조의 해지권은 물론 민법 제110조의 취소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취소권의 적용 여부에 대해서 보험 약관은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2. 약관상의 사기에 의한 고지의무 위반

생명보험 표준약관 제15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대리진단, 약물사용을 수단으로 진단절차를 통과하거나 진단서 위·변조 또는 청약일 이전에 암 또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의 진단 확정을 받은 후 이를 숨기고 가입하는 등의 뚜렷한 사기의사에 의하여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회사가 증명하는 경우에는 보장개시일부터 5년 이내(사기사실을 안 날부터는 1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위 약관 조항에 따르면 사기에 의한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경우는

  1. 대리진단, 약물사용을 수단으로 진단절차를 통과
  2. 진단서 위·변조
  3. 청약일 이전 암 또는 HIV감염 진단의 미고지

위 세가지 행위 또는 이와 준하는 행위를 통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하며,

사기에 의한 고지의무 위반이 있었음을 회사가 증명하는 경우 회사는

  •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내에는 상법 제651조의 해지권과 약관상의 취소권을 모두 적용 가능 (보험사에 유리한 쪽으로 선택 시행 가능)
  • 계약체결일로부터 3년 이후부터 5년 이내에는 약관상의 취소권만 적용 가능
  • 계약체결일로부터 5년 이후에는 해지권 및 취소권 모두 적용 불가

상기와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3. 형법에서의 사기

형법 제347조(사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위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형법에서 규정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1. 상대방에 대한 기망행위가 있어야 하며, 이 기망행위에는 타인의 재물에 대한 편취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2. 기망행위에 따른 착오가 발생하여 피기망자가 스스로의 재산상의 손해를 야기하는 처분행위를 해야 합니다.
  3. 처분행위를 통하여 기망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야 합니다.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기 전이라면 ‘사기미수’로 처벌이 가능합니다1.)

예를 들어,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보험회사가 정한 약관에 그 질병에 대한 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의로 고지하지 아니한채 그 사실을 모르는 보험회사와 그 질병을 담보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바로 그 질병의 발병을 사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기죄에 있어서의 기망행위 내지 편취의사가 있었다 할 수 있으며2, 보험금을 통한 피기망인(보험회사)의 재산상 처분행위 및 기망인(가입자)의 재산상 이득 또한 존재한다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고지의무 위반 후 보험금 청구 및 수령이 형법상 사기죄 구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이는 보험금의 지급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 보험금 청구를 통해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
    보험사는 불법행위(사기)를 원인으로 한 손해(보험금)에 대하여 가해자인 가입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 보험금이 아직 지급되지 않은 경우
    보험금 청구를 통해 발생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책임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것이므로 이에 따라 보험사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채무부존재확인 및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보험금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그 사안의 중함에 따라 형법에서 규정한 처벌 규정 또한 별도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좀 더 간단히 정리하면,

  • 고지의무 위반의 고의성이 인정되고,
  • 고지의무를 위반한 질병과 동일한 질병 또는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보험사고 발생의 우연성을 해칠 정도의 개연성이 있는 질병3 등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보험사는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계약체결일이 아닌 보험금 수령 또는 청구 일자)로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청구를 통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이미 지급된 보험금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제까지 작성한 글들의 내용을 모두 종합하여

  • 고지의무 위반 후 3년, 고지의무 위반 후 5년 등 시간 경과에 따라 고지의무 위반의 효과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 시작하는 글에서 언급하였던 생명보험 표준약관 제4조 제4항, 제5항의 규정에 따라 고지의무 위반시에도 5년만 지나면 보험금이 무조건 지급될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한 것인지

총 정리하여 본 주제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 :

  1. 형법 제352조(미수범) :  제347조  내지 제348조의2, 제350조, 제350조의2와 제351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2. 대법원 2007도967 판결 참조
  3. 대법원 2010도6910 판결, 울산고등법원 2013고정87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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